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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빈 서판'에 대한 과장(The Exaggeration of the 'Blank Slate')

        ‘빈 서판’에 대한 과장

 

<갓난 아기 마음은 ‘빈 서판’으로, 경험만이 거기에 지식을 새긴다>는 슬로건이 횡행했다. 로크도 ‘텅빈 진열장’, ‘하얀 백지장’, 그리고 ‘왁스칠된 서판’ 같은 표현을 썼지만, 마음의 그 자신의 조작들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는 관념들에 관해 말했던 시각에서 보자면, 이들 은유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(Fraser, 1959; Vol.1; p.48). 로크 왈, 합리적 생각은 항상 <감각 & 반성>의 결과물이다. 이를 설명하기를, 이를테면, 인과(因果)의 경우: 

 

… 이른바, 단순 관념들 모음인 물질, 나무는, 불을 대면, 재라 부르는 다른 물질로 변한다; 말인즉, ... 우리가 나무라 부르는 복합 관념과는 전혀 다른, 일단의 단순 관념들로 조성되는 다른 복합 관념으로 바뀐다; 불은, 재와 관계 지어, 원인으로, 그리고 재는 결과로 간주된다. 하여, 특정 단순 관념 또는 일단의 단순 관념들 산출에 작용하거나 기여한 것으로 간주된, 전에는 없었던 그 어떤 것이든, 이와 같이, 우리 마음들에서 원인 관계를 갖게 되고, 그렇게 우리에 의해 명명된다. (ibid., Book II, Chapter xxvi, par.1)

 

    이러한 발생 패턴은 여러 추상 개념들을 얻고자 반복되는데, 이 패턴에 감각이 수반(隨伴)되고 있음이 분명한 것은, 이 패턴 시작에 일단의 ‘단순 관념들’이 동반(同伴)되고 있기 때문이다. 또한, 이 패턴에는 감각 말고도 관찰자의 반성하는 마음도 수반된다. 인용구에서, 하나의 모음을 다른 모음 생산에 작용하거나 기여한 것으로 간주하며 이 단순 배열을 인과 관계로 처리하는 것은 바로 마음이다. 

 

    로크 저작 제목에서 주요 단어, ‘이해하기(悟性)’가 문제되는 한, 그가 도해(圖解)한 개념 발생 패턴은 결코 아기의 텅빈 서판 이미지와 충돌하지 않는다 – 그 주장이란 그저 <마음이 조작할 단순 감각 관념들이 있기 전에, 지식 구성은 시작될 수 없다>는 것일 뿐이다. 오로지 그때에 이르러서야 마음은 그 자신의 조작들에서 새로운 복합 관념들을 반성, 추상해낼 수 있다. 일차 성질들을 다룸에 있어 로크의 비일관성을 지적하는 일은 버클리 몫이었다. 

 

    <로크의 경험론이 모든 지식은 감지(感知)들에서 직접적으로 얻어지는 것이라 주장했다>는 신화가 엄청 강화된 건, 그가 사용한 용어 ‘경험’에 대한 오해 때문이었다. 로크한테, 경험에는, 감지 관념들 획득하기뿐만 아니라, 그것들 보유하기 그리고 이어 반성과 추상으로 갈고 다듬는 것까지 포함된다 (Fraser, 1959; p.49를 보라)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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